저는 롤을 끊었습니다. 이번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쉼 없이 8년을 불태웠던 이 게임을 이제는 접었습니다. 그만둬야겠다며 컴퓨터에서 지워도 계속 다시 깔고, 접어야겠다고 다짐해도 다시 실행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공언한 뒤에도 놓지 못했었습니다.
아래에서는 롤의 중독성과 이번에는 왜 끊을 수 있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도 롤을 끊고 싶고, 저랑 상황이 비슷했었다면 반드시 실천해보세요.
롤의 중독성
롤은 중독성이 정말 강합니다. 지면 아쉬워서 한 판 더 하고, 이기면 신나서 한 판 더 하게 됩니다. 온종일 몇 시간을 앉아서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자기 전에 유튜브로 롤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봅니다. 멍 때릴 때 머릿속에서는 나의 매드무비가 재생되곤 합니다. 생각이 없다가도 갑자기 롤이 당기고, 친구들이 하자고 연락이라도 오면 정말 참기 어렵습니다.
매 판 새롭고, 게임이 시작되면 긴장됩니다. 승급이나 승격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롤은 어느 정도의 지식과 피지컬, 전략과 팀워크를 요구합니다. 질릴 만하면 계속해서 밸런스 패치와 적절한 보상 시스템으로 새로움을 줍니다. 30~40분 내로 쉽게 플레이할 수 있고, 가끔 터지는 대역전극과 입롤한타, 게임에서 캐리라도 한다면 그만한 즐거움이 없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요? 다행이긴 하지만 이 중 몇 개는 여러분도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롤은 정말 잘 만든 게임입니다.
왜 이렇게 좋은 이야기만 하냐고요? 이제부터 신명 나게 까봅시다.
롤을 끊어야 하는 이유
롤을 끊고 싶은 이유는 각자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생각해봅시다.
롤이 값진가?
느낌은 매번 다른 판 같지만 정말 매번 다릅니까? 소환사의 협곡이나 칼바람 나락에서 내가 주로 플레이하는 비슷한 챔피언들로 저렙부터 성장하고 싸우고 결국 상대방 넥서스를 부수는 거죠. 그 과정에서 잘하면 희열을 느끼고, 트롤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내가 못 해서 의기소침해지다가, 시비 붙어서 감정 상하고의 반복 아닙니까?
결국 내게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누가 이점 생각해서 합니까. 스트레스 풀려고 게임하는 거죠.
정말 스트레스가 풀리긴 합니까? 가끔 연승해서 좋았을 때 있죠. 이게 롤이지~ 하는 판도 나옵니다. 근데 대부분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죠. 팀원 다섯 명이 모두 즐기기만 하는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롤에는 승리와 패배가 있기에, 분명 패배의 요인을 제공하는 행동을 한 팀원과 싫은 말을 주고받게 됩니다.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스트레스를 받고요.
롤을 하며 버리게 되는 것
롤을 하면 나의 시간을 잃습니다. 왜냐하면 '한 판만'이 너무 힘든 게임이거든요. 그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하루 6~8시간씩 앉아서 캐릭터를 조종하기 위해서 키보드와 마우스만 딸깍거리는 시간이 정말 안 아깝습니까?
롤을 하면 나의 정신건강을 잃습니다. 서로에게 원망과 분노로 가득 찬 게임을 하고 나면 머리가 멍해집니다.
또, 한 판 플레이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보상 시스템, 이기면 점수가 올라가고 지면 점수가 떨어집니다. 제가 느끼는 게임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보상 시스템이죠. 근데 그 점수가 제 인생이랑 무슨 상관일까요. 특히, 온종일 게임하고 5승 5패 했을 때 뼈저리게 느껴지는 현자 타임은 삶의 의욕을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갑니다.
롤을 하면 나의 신체 건강을 잃습니다. 저녁에 롤을 시작하기라도 하면 더욱더 문제입니다. 새벽까지 플레이하다가 이젠 진짜 꺼야겠다 하고 누우면 새벽 4시경입니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고 수면 패턴은 망가지며 건강에도 해를 끼칩니다.
이뿐만이겠습니까?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끊고 싶고 절제하고 싶은 것이겠죠. 저는 절제를 못 해서 끊어야 했습니다.
롤 끊는 법
결정적으로 제가 롤을 끊은 방법은 롤 유튜브 시청을 끊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롤 자체를 내 삶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롤을 지우고 나서 이제 유튜브만 봐야겠다고 다짐한 뒤 며칠만 지나도 그 다짐은 부서집니다. 롤 영상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 등 결국 다시 롤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다시 설치하게 되죠.
이번에는 좀 달랐습니다. 롤을 지우고, 구독한 롤 유튜버들을 구독 취소하고, 롤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뜰 때마다 관심 없음이나 채널 추천 안함을 눌렀습니다. 이제는 추천 영상들이나 숏츠에 롤 영상이 올라오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 공간은 다른 유익한 채널들로 채워졌습니다.
아예 삶에서 멀리하고 시각적으로 접하는 일이 없다 보니 생각이 나지 않고 점점 잊힙니다. 더 좋은 점은 롤을 했던 시간과 롤 영상을 보던 시간을 다른 일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유익한 영상들을 보고, 조금 더 꿈에 다가갈 수 있게,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현실을 자각하세요. 롤로 돈을 벌고 있거나 프로를 지망하는 게 아니라면 끊으세요. 롤은 즉각적인 즐거움, 아니 감정의 동요만을 줄 뿐 앗아가는 것이 더 많습니다. 득보다 실이 더 많습니다. 계속해서 주변에 알리세요. 이제 진짜 롤 끊었고 안 한다고 그리고 지키도록 노력하세요.
그동안 긴 시간 함께했던 롤,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X같았고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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