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타다, 더위를 타다, 봄 타다 그리고 가을 타다. 여기서 '타다'는 계절이나 기후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뜻입니다. 날이 쌀쌀해지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가을은 유난히 다른 계절보다 우울감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데요. 왜일까요? 우리는 가을에게 어떤 영향을 받는 걸까요? 가을 타는 이유 알아봅시다.
자취를 감추는 생명력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진이 빠지고 시원한 날씨만 기다리게 되는데요. 전부터 느끼지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 더위도 8월 중반에 접어들면 기다렸다는 듯 꺾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아직 안 끝났다며 종종 여름의 생존 신고가 이어지긴 하지만요... 이처럼 가을은 불쑥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고채도의 나뭇잎들과 청량한 여름의 생명력은 점차 자취를 감춥니다. 열정적으로 광합성을 했던 나뭇잎은 낙엽 되어 떨어지고, 점점 깔리는 갈색과 붉은색, 노란색이 가을을 알리죠. 바닥의 낙엽과 매달려 있지만 곧 떨어질 낙엽은 봄의 꽃잎과는 사뭇 다르게 쓸쓸함을 건넵니다. 꽃은 짧게 느낄 수 있는 선물 같다면, 낙엽은 고된 수고 끝에 저물어가는 것 같습니다. 쓸쓸함은 우리를 가을 타게 하죠.
높은 하늘
높은 하늘은 너무 아름답지만 나와 하늘 사이의 커져버린 공간이 공허함을 주기도 합니다. 나 자신이 더 작게 느껴지기도 해요. 나를 옥죄던 여름의 더위는 쌀쌀한 가을바람으로 바뀌고요. 늘어난 가시거리 때문에 사라지는 것들이 더욱 잘 보입니다. 공허함은 우리를 가을 타게 합니다.
짧아지는 낮
연중 날이 가장 긴 하지(夏至, 양력 6월 21일 또는 6월 22일)가 지나고 나면 점점 낮이 짧아지는데요. 9월 접어들면서 점점 체감될 정도로 짧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느껴지는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괜히 섭섭해집니다. 또, 밝은 낮이 짧아지면 감성적인 밤이 길어진다는 뜻이죠. 변화는 우리를 가을 타게 합니다.
다가오는 연말
2023년까지 100일도 안 남았습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야속하게 흐른 것 같고, 남들만 결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수능을 50일 정도 앞둔 수험생들은 마음이 조급해지죠. 가을은 그런 것 같습니다. 잠깐 주위를 둘러볼 시간을 주고, 상실감을 내어줍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내게 도전할 100일, 50일이 남아있다는 얘기죠. 삶은 우리에게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가을은 짧습니다. 드리웠던 침울을 걷어내고 다시 달릴 준비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달려온 우리에게 결과가 어떻든 넓은 마음으로 격려해주세요. 그리고 연말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마지막을 불태워봅시다.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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